프로그래머의 본능?

저는 대학생활동안 하숙과 고시원 생활을 했었습니다. 저의 하숙생활과 고시원 생활의 기본 컨셉은 좋은 말로 하면 ‘자유로움, 유연함’이고 나쁜 말로 하면 ‘지저분함, 게으름’이었습니다.

결혼을 시작으로 이러한 저의 컨셉은 아내로 부터 많은 탄압을 받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생활은 ‘질서’의 컨셉에 동화되어 갔습니다. 가끔 아내가 친정에 가서 혼자 있을 때면 잊고 있었던 저의 과거 자취들이 기지개를 켭니다. 옷은 아무데나 던져 놓고, 하루 세끼의 잔재들은 설거지통에 그대로 남겨집니다. ‘좀 있다가 하지’가 반복됩니다.

질서를 모를때의 무질서는 그저 삶의 또 다른 형태의 방법이었습니다. 

질서를 알고 난 후의 무질서는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정신을 산란하게 합니다. 그리고 많은 복잡함과 많은 처리해야 할 문제들을 남겨놓습니다.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 남은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전 처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합니다.

저는 객체지향, 컴포넌트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를 포함해서 방법론 개발을 업의 일부로 해왔고, 정형화된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개발시에도 이러한 부분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저의 눌려 있는 ‘자유로움과 유연함에 대한 갈망’은 잠시만 방심하면 저를 점령하고 맙니다. 점령당한 저는 처리해야 할 많은 것들을 무질서 속에서 다룹니다. 저는 그러한 무질서를 자유라고 부르며 위안을 삼습니다.

제가 자유를 외칠 때 저의 행위에 대한 잔재들은 복잡하고, 해결하기 매우 까다로운 형태로 남아있게 됩니다. 이러한 잔재들은 혼란과 답답함을 던져주고, 많은 시간을 디버깅과 사소하고 단조로운 일에 사용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더 늦은 시간까지 저를 회사에 붙잡아 놓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능일까요? 우리는 프로그래머이고,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질서보다는 무질서(자유)를 추구하게 되는 것일까요?

제가 얻은 교훈은 ‘자유에 대안 댓가는 항상 처음 생각한 것보다 크다’ 입니다. 

 

생각없이 디버깅을 반복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 2010년 3월 21일, 김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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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뉴테크프라임 대표 김현남입니다. 저에 대해 좀 더 알기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www.umlcert.com/kim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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